<p></p><br /><br />가족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이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서 "거짓 진술을 해달라" 부탁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? <br /> <br />이런 상황이 '무고죄'를 짓게 만드는데요. <br /> <br />경남 남해에서는 있지도 않은 현금절도 사건을 만들어 냈다가 3년 만에 들통이 난 기막힌 사연도 있습니다. <br /> <br />김유림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.<br /><br />[리포트]<br /> <br />(경남 남해) <br />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인구 4만 7천 명의 작은 도시. <br /> <br /> 혈연, 학연으로 촘촘히 엮여 서로의 사정을 속속들이 압니다. <br /> <br /> 그런데 최근 이 곳에 사는 50대 여성 3명이 한꺼번에 구속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. <br /> <br /> [남해 주민] <br />"동네 차 접촉사고, 살인사건도 없고 그런 동네지예. 이것들이 판검사를 속였는데." <br /> <br /> 2014년 50대 여성 A씨는 절도죄로 징역 4개월,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. <br /><br /> 읍내 노래방 동업자인 심 모씨 가방에서 현금 5백만 원을 훔쳤다는 혐의였습니다. <br /><br />A씨는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지만 "돈을 훔친 걸 봤다"는 목격자 2명의 증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. <br /> <br />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결국 유방암까지 얻었습니다. <br /> <br /> [A씨 / 피해자] <br />"맘고생 많이 했죠. 그걸로 인해서 난 암하고 지금 싸우고 있잖아요. 좁은 바닥이다보니까 마주치면 나보고 '도둑X' 이라고 하고 계속 이야기 하는 거라." <br /> <br /> 그런데 3년이 지난 2017년 9월,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. <br /> <br />관계도 심 씨와 절친한 사이였던 오모 씨가 '양심 고백'을 하겠다며 A씨를 찾아왔습니다. <br /><br /> "심 씨가 지인들을 매수해 가짜 증언을 요구했고, 자신도 모의에 가담했다"고 털어놓았습니다. <br /> <br /> [오 씨 / 심 씨 지인] <br />"내 마음에 최고 걸리는 게 그거였는데. 제가 양심고백을 해서 '언니야 나는 다 알고 있어, 언니 누명 벗겨줄게' . 저도 그때는 심 씨가 이렇게 하라고 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." <br /> <br /> 창원지검 진주지청은 재수사에 나섰고, 이희성 검사팀은 휴대폰 감식을 통해 절도사건 발생 당시 A씨가 남해가 아닌 부산에 있다는 알리바이를 증명했습니다. <br /> <br /> 재수사 결과 500만원 절도는 애초부터 발생하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. 거짓 증언을 한 2명은 심 씨와 철저한 '갑을 관계'였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. <br /> <br /> [이희성 /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] <br />"목격자로 증언한 분들은 심 씨한테 채무가 많은 분들이에요. 심리적으로도 약간 지배당한 분들." <br /> <br /> 검찰은 심 씨 일당에게 무고 및 위증사실을 캤지만 그들은 끝까지 부인했습니다. <br /> <br /> 공소사실이 인정돼 구속되고서야 "처벌받을 줄 꿈에도 모르고 한 일"이라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습니다. <br /><br /> [이희성 /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] <br />"법정까지 억울하다 했었거든요. 구속되고 나서는 분리가 되고 나니까 눈물을 쏟으면서 바로 자백을 하더라고요." <br /> <br /> 2016년 위증과 무고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만 2천 8백 건. <br /> <br /> 10건 중 7건은 친구나 직장, 가족 등을 보호하기 위한 의도적인 거짓말 이었습니다. <br /> <br /> 무고 사범에 대한 처벌은 점차 강력해 지는 추세입니다. <br /> <br /> 죄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 사법기능을 저해하는 해악이 크기 때문입니다. <br /> <br /> [김웅 / 대검찰청 검찰연구관, 책 '검사내전' 저자] <br />"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해,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그런 식으로 고소하는 게 많거든요. 수사를 해야하고 똑같은 분량의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실제로 중요한 고소사건은 제대로 수사하기 어렵죠." <br /> <br /> 한 해 고소, 고발된 인원은 74만 명. 일본의 60배에 달합니다. <br /> <br /> [이희성 / 창원지검 진주지청 검사 ] <br />"(고소 사건 업무량이 얼마나 되세요?) 한 달에 170, 180건. <br /> <br /> 무고를 당하거나 위증을 당한 당사자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몇 년 동안 법정에서 싸워야 하고, 수사기관에서 싸워야 하거든요." <br /> <br />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. <br /> <br />rim@donga.com <br /> <br />연출 천종석 <br />구성 지한결 이소연 <br />그래픽 전유근 <br />